‘나 홀로 산다’ 617만명 시대에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펴낸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98만7000가구(전체 중 29.8%)였던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올해 기준 617만 가구로 처음으로 6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전체 가구 중 비중으로는 30.3%다. 바야흐로 ‘나 혼자 산다’가 대세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도 ‘나 혼자 산다’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바야흐로 혼자 사는 시대다. 단순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혼자의 삶은 우리의 삶을 둘러싼 전반적인 생활양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10년 전 출간된 소설 속 ‘혼밥’이 2020년엔 트렌드가 됐다. 우리는 살기 위해 하루 세 끼 식사를 한다. 이 중요한 식사를 혼자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그 식사가 존중받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더 나아가 그냥 생존이 아닌 공존을 위한 식사는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식사는 더 이상 그냥 음식 섭취가 아닌,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기 위한, 즉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쟁터가 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
‘혼자 먹는 게 좋다’ 또는 ‘누군가와 같이 먹어야 한다’ 식의 이분법적인 결론을 내고 싶진 않다. 단지 혼자 밥을 먹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단지 혼자 밥 먹는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혼자 사는 삶,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에 주목하게 된다.
꼭 이혼이나 사별 등 비자발적 이유로 혼자 사는 게 아니라, 그저 혼자 사는 게 자유롭고 편해서 나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자발적 의지로 독립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계속 나 혼자 살겠다고 마음먹는 경우도 많았다. 1인 생활 지속 의향도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10년 이상 1인 생활을 계속할 것 같다”는 응답자가 44.1%나 됐다. 불과 2년 전 조사(34.5%) 때보다 10%포인트 가까이 급증했다.
1인 가구 수 급증의 최대 원인은 비혼율의 증가이다. 기존에 부모로부터 독립한 1인 가구 청년 세대가 혼인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이, 새로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 세대가 여기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또한 결혼을 미루고 포기하는 까닭에 2인 이상 가구 수가 늘지 않고 있다.
‘결혼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23.4%는 “없다”고 응답했다. 지난해보다 6%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특히 30대 남성(6.8%→18.8%)과 20대 여성(4.2%→15.5%)의 증가폭이 컸다. 이들의 비혼의 경우 20대 여성의 경우 작년 4.2%였던 것이 15.5%로 급증해,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가끔 청년들을 만나보면 결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것이 생활 속에서 온몸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젊은 층에서 비혼 추세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러한 증가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로 대인 접촉이 줄고 집콕생활을 하게 되면서 1인 가구의 개인화 성향도 더 굳어지고 있다. 일과 후 시간을 혼자 쓰는 이들이 더욱더 대중 시설에 가지 않고 집 근처에서 돈과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인 가구 수 추정치는 통계청이 장래 인구 추계를 내놓을 때마다 늘어나고 있다. 2047년엔 1인 가구 총 832만 명, 즉 전체 가구 중 37.3%에 달해 3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인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글인데, “10대는 철이 없고, 20대는 답이 없고, 30대는 집이 없고, 40대는 돈이 없고, 50대는 일이 없고, 60대는 낙(樂)이 없고, 70대는 이(齒)가 없고… 100세는 다 필요 없단다.”
‘답이 없는 20대’에 유독 눈길이 간다. 20대가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과업’(task), 곧 평생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직업을 탐색하는 과업, 더불어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업을 고민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일상화 문화가 된 시대에 혼자의 삶은 사회·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더 이상 처량하지만 않을 수 있다. 당연히 여긴다. 최근 저출산·고령화와 연계된 시각에서의 가족의 가치(value of family)가 지나치게 간과되며,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즐기는’ 시대를 추구한다.
1990년대 생(生), 밀레니얼세대(Millennial Generation), 사실 그 세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며,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자 한다. 이는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세대라고 정의가 내려지면서 이들은 학자금 대출에서부터 압박을 받아왔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채무자가 되어버린 채 사회에 내보내진 것이다. 경제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식사 중 ‘더치페이’(dutch pay)는 기본이며, 여러 명이서 함께 식사를 하면 추가로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서 식사하는 ‘혼밥족’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다 보니 타인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인간관계에서 과도한 친밀감에 오히려 적대감을 드러낸다. 이런 세대는 전화 통화하는 것도 싫어한다. 언텍트(untact,비대면)문화가 가속화되고 익숙해지다보니 현실세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 전화하지 말고 카톡이나 문자로 이야기하라며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다.
혼자 고민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익숙한 그들의 삶은 시대적 측면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한국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있나. 청년들에게 잊혀진 가정, 가족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많은 교회들이 가정 형성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가정같은 교회, 교회같은 가정’을 추구해 왔고, 목회 현장에서 청년들이 결혼하고, 충실한 가정을 일구고, 자녀 양육에 힘쓰며 믿음의 가정을 이루게 했다. 어쨌든 이같은 교회들에게는 현재 가속화와 증가현상은 매우 당혹스럽다.
한편 지난해 1인 가구 고용률은 전년보다 0.3%포인트 하락해 전체 1인 가구의 60.8%만 일자리를 갖고 있고, 약 40%는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률이 낮은 60세 이상이 많이 포함되기 때문도 있지만 더 나아가 20대가 태반이 백수인 시대도 간과할 수 없다.
생존과 자립을 위한 취업을 위해 젊은 취준생들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진정 눈물겹다. 자격증을 준비하고, 직무 관련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은 기본이요, 영어 및 외국어 점수는 필수에다, 체력단련 및 외모 관리는 물론 의사소통 및 표현력 향상 훈련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더더욱 20대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와 좌절에 귀 기울이게 된다.
사실 현재 청년들만큼 사회적 입지가 좁은 청년세대는 감히 결혼을 통한 화목한 가정의 형성과 온전한 자녀 양육이란 엄두도 내지 못할 처지로 내몰리는 것이다. 따라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당연하고 절박한 선택으로 대두되고 있고, 만혼과 비혼 세태를 더 강화하고 있다.
인구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교회 연령 구성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 내부에서도 아직은 40-50대 베이비붐세대(baby boom generation)가 건재하고, 이들 가운데 교회 사역에 적극 동참하고 헌신하는 이들이 있어 한국교회가 아직은 사역의 원동력을 잃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들이 노쇠해지는 시점에 전도, 선교, 구제, 봉사 등 교회의 사역을 이어나갈 젊은 신앙의 세대가 교회 내에 과연 존재하고 있는가?
현재 한국교회는 청년 세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역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데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가.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교회 내에서도 그들의 입지와 참여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누구나 개개인의 존재가 있고, 그들이 각각 밥을 먹는 방식과 리듬이 있다. 자신만의 리듬을 찾고, 그 리듬을 지키는 과정에서 때로는 타인과 불협화음이 있을 수도, 멋진 화음을 이룰 수도 있는 게 ‘공존’ 아닐까. 홀로 살아가며 타인과의 완전한 고립이 아닌, 때때로 더불어 살아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도 긴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일과 삶에서 진정 추구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추해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현재, 무엇을 혼자 하고, 무엇을 같이 해야 하나? 자의로든 타의든 혼자 살아가는 데 익숙해진 오늘의 세대를 공동체가 함께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글쓴이 이효상 원장(시인, 칼럼니스트, 근대문화진흥원 원장/ 한국교회건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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